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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김영하 - 죽음과 삶에 대한 선택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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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김영하 - 죽음과 삶에 대한 선택은?

SeaLine 2015. 11. 10. 20:42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영하


죽음과 삶에 대한 선택은?





'김영하'

 난 김영하 작가를 <옥수수와 나> 작품으로 대상을 받았던 <2012년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통해 알게 되었었다. 자신을 옥수수라 생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소재나 전개가 독특해서 '우리나라에 이런 작가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전 서점에서 본 이 책.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관심이 가는 제목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김영하는 이 작품으로 제 1회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했고, 자살과 죽음에 대한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고...! 책을 사기 전 인터넷에 리뷰를 대충 살폈는데 엄청난 '혹평'과 '호평'이 대립을 이루고 있었다. ㅋㅋ 혹평엔 작가 자체의 정신적 문제까지 들먹이며 깍아내리고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소설은 작가 젊은 날의 치열한 갈등과 고민들이 담겨있는 듯하다. (작가 20대 후반에 쓴 소설이라고 함) 내용은 거칠지만 속독은 잘 되는 글이다. 문제는 내용의 이해인데, 사실 마지막까지도 무슨 내용인지 정리가 안 된다...... 속독은 잘 됐지만 내가 띄엄띄엄 천천히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저 내용과 제목에서 오는 느낌만으로 짐작 할 뿐이다.


 난 작품에 나오는 미술작품들에 집중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격인 자살 조력자가 이야기하는 3가지 그림은 죽음과 관련된 그림들이다.  다비드 <마라의 죽음>  속 '장 폴 마라'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온 혁명가! 하지만 그는 피살되었다. 그가 잡고있는 펜에서는 강한 의지가 보이지만 얼굴은 무미건조하다.

  크림트의 <유디트> 는 유디트가 적장의 머리를 자른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라는 적장에게 순결을 바치는 듯하다가 자신의 의지대로 그를 죽여버린다. 죽이는 순간 유디트의 표정은 목표를 이룬 성공의 표정인지 아니면 정염의 표정인지 알 수가 없다.

  들라크루아의 <사르다나팔의 죽음> 의 사르다나팔 왕은 이 그림의 주인공이지만 중앙이 아닌 어두는 주변에 그려져있다. 그리고 화려하게 표현된 살육의 현장을 담담하게 바라보고있는 모습은 삶과 죽음에 대한 어떠한 의지도 없는 표정을 하고 있다.


 이 3가지 그림의 주인공들은 소설 속 인물들과 닮았다. 삶과 죽음에서 그들은 어떠한 표정을 지어야할지 어려워하고 있다. 자살 조력자 마저도 소설 말미엔 자신의 일에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의 삶과 죽음에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하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소설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  이 말처럼 우리에겐 결정할 자유가 주어져 있지만 어떠한 것이 옳은지 판단이 어려운 상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소설은 삶과 죽음의 목적을 깊이 생각한 사람들이 읽어 볼만한 책인 것 같다. (왠지 나에겐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그리고 짧은 분량이다.. 한번에 집중해서 읽었어야하는데... ㅠㅠ  시간이 날 때 한숨에 다시 읽어 볼 예정이다.  





"후, 멀리 다녀왔는데도 바뀐 게 없어. 아직도 눈은 그치질 않았고."

그녀가 옷매무새를 고치며 탄식처럼 내뱉는다.

"어디 다녀왔는데?"

"멀리, 아주 멀리."


- P22 -




서울로 돌아온 C는 그 뒤로도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자신의 생일날 눈길을 걸어 고향의 반대쪽으로 사라진 그녀를 그는 가끔 생각한다. 이제 더이상 그는 추파춥스를 먹으면서 섹스하는 여자를 만나보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꿈에서 북극을 보는 일이 잦아 졌다. 낮게 떠 있는 해를 배경으로 그는 계속 북극곰을 쏘았고 그 북극 곰은 언제나 K의 시체로 변해 버리곤 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꿈에 등장하는 유디트가 웃고 있다는 것일 게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 P52 -




"멀리 왔는데도 달라진게 없죠?"

나는 그녀 옆에 앉으며 말했다.

"네."

그녀는 가수들 쪽을 계속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 P57- 




김영하가 팟캐스트에서 이 책에 대해 말한 내용이 있길래 링크~~~!

뒷부분은 흐릿하게 나와 잘 안 들리는데, 작가가 직접 이야기해주는 내용들이라 한번 들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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