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생각

#3 고집 본문

긁적이다

#3 고집

SeaLine 2016. 3. 5. 00:06




"속이 깊은 아이예요"

결혼 전 처음 인사를 하러 갔을 때, 시어머니가 남편을 두고 한 말이었다. 옳은 말씀이었다. 어찌나 속이 깊은지 속을 볼 수가 없는 남자였다. 그녀를 들여 놓지도, 그녀에게 보여주지도 않는 통제구역들이 있었다. 알려들면 들수록 자물쇠가 튼튼해지는 구역이었다. 외골수에 융통성도 없었다. 유순해 보이면서도 고집이 셌다. 성실해 보이면서도 무책임했다.
<7년의 밤> 중에

 그 때 그녀도 날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유순해 보이면서도 고집이 쎈 남자. 외골수에 융통성이 없는 남자. 그리고 무책임한 남자. 내가 만든 인상은 되돌릴 수가 없었다. 겉을 바꿔도 속의 형태가 읽혀버렸다. 나도 내 자신을 바꿀 수가 없었다.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그녀는 이미 내뱉고 있었다. "넌 고집이 쎄" 내 행동이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고 다시 내게 돌아왔던 그 때. 내 안의 백혈병이 시작된 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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