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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지킬박사와 하이드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우리 속의 분열된 자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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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지킬박사와 하이드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우리 속의 분열된 자아

SeaLine 2016. 8. 27. 13:37

지킬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우리 속의 분열된 자아 -




고전작품 특성상 작품에 대한 설명과 관련 글이 함께 첨부되어 읽기 좋았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외에 <시체도둑>과 <오랄라>도 함께 있다.





#고전소설
펭귄클래식 출판사의 책을 처음 읽어봤는데 고전소설은 설명이 앞뒤로 잘 되어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서양 특히, 예전의 감성이라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었지만 판본의 설명과 필요한 자료 등을 함께 넣어놔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원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원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기이한 사례>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이다. '지킬박사'와 이중인격의 '하이드'가 주제이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그의 변호사 '어터슨'을 통해 전개된다. 그래서 그런지 '사례Case'라는 제목이 붙은 건 법적, 의학적 사례를 연상시킨다고 되어있다.

#처음
당시 근대적 도시인 런던을 배경으로 한 첫 고딕 공포 소설. 짙은 안개가 낀 도시, 가스등이 희미하게 밝히고 있는 미로 같은 거리로 표현은 런던이 고딕 공포 소설의 지도 위에 확고하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분열된 자아라는 개념을 처음 이 세상에 내놓았던 첫 블랙 심리 판타지 소설

#구성
(뮤지컬을 보진 못했지만) 뮤지컬은 '지킬'과 '하이드'의 심리묘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반해, 소설에선 마지막에만 집중적으로 나온다. 특히 지킬박사의 심리가 '마지막 편지'로 쓰여져서 더욱 극적이고 읽는 이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리고 이런 (편지와 같이) 제한된 글은 상상력을 더 자극시킨다. 영화, 연극, 뮤지컬, 만화 등 여러 패러디가 나오는 원동력이 여기에 있지 않았나 싶다.

#분열된 자아
지킬은 고귀한 집안의 혈통이며 자신을 철저히 관리해왔다. 하지만 문득 자신 안에 악을 발견할 때가 있고 그 사실이 자신을 괴롭힌다. 소설은 단지 자신의 이중적 자아를 찾는데 그치지 않고 박사 지킬을 활용해 하이드를 빼내는 약을 제조하기에 이른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일 수 있지만 소설 속 사실적 묘사들은 당시에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어색하지 않게 들린다. 
누구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이중적 자아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다. 그것은 살아온 환경이나 인간관계 또는 미래의 삶과도 연관 되기에 마치 인생의 숙제처럼 일정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나의 이중적인 모습은 결국 내 정체성을 분열시키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이 땐 이렇고 저 땐 저렇다라는 식의 법칙을 만들면 마음은 편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이 항상 거치게 되는 곳은 '나는 왜 이럴까?'이다. 결국 내 자신의 문제이고 내 안에서 해결해 내야하는 숙제라는 점을 깨달는 것이 중요하다. 이 소설에서도 지킬은 하이드를 떼어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단지 그 힘을 약화시켜 나오지 못하도록 컨트롤하길 원했다. 하지만 하이드의 유혹은 생각보다 강했고 오히려 점점 더 큰 자극을 갈구하게 된다. 이런 사실적인 내용이 이 소설의 힘인 것 같다.

#선한 자아와 악한 자아
여기서 잠깐 비슷한 작품들을 생각해보니 <인사이드 아웃>, <블랙스완>이 떠오른다. 두 작품 다 개인의 분열된 자아를 다루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은 유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다루며 개인의 성장을 그렸다면 <블랙스완>은 이 소설과 좀 더 밀접하게 가깝다. <블랙스완>에서도 그렇고 이 소설에서도 욕망과 악은 동일시 되는 것 같고 선한 자아는 악한 자아를 두려워하는 것도 같다. 그리고 둘 다 비극적인 결말이다. 나는 두 작품 다 이런 결말에 이르게 되는 이유를 '자신을 똑바로 볼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악한 자아에 대해 회피하거나 두려워한다면 결국 그 자아를 컨트롤 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자신의 지휘 체계 아래 두는 것이 옳은 판단인 것이다. 하이드도 마지막엔 자신이 살인자로 잡혀갈까봐 두려워하고 숨기 바쁘다. 이것을 보면 악한 자아가 힘이 더 쎄다거나 그런것도 아니다. 오히려 선한 자아가 악한 자아까지 모두 포함하는 가장 큰 힘인 것이고 그것이 이 작품들이 주는 교훈인 것이다.


그런데 되돌아볼 수 있는 세월이 되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세상에서의 내 성취와 지위를 평가해 보니, 이미 나는 상당히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 부조리를 오히려 과시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스스로 세운 고귀한 가치관에 따라 판단했고 거의 병적인 수치심으로 내 부조리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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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자에 앉아 몸을 떨며 울 것이다. 아니면 극도로 긴장하고 두려움에 젖은 흥분 상태에서 귀를 기울이며 (지상에서 내 마지막 은신처인) 이 방을 왔다 갔다 걸어 다니고, 위협적인 소리가 날 때마다 귀를 곤두세울 것이다. 하이드는 교수대에서 즉을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순간 자신을 놓아줄 용기를 찾을 것인가? 오직 신만이 아실 것이고,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이제 내 진정한 죽음의 시간이다. 이 이후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아닌 하이드의 일이다. 이제 나는 펜을 내려놓고 내 고백을 봉할 것이다. 그리고 불행했던 헨리 지킬의 삶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Page 130



#시체 도둑
의학 실습 교재로 시체를 거래했던 사건을 소설화 한 것. 당시엔 시체를 체계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많았다고 서프라이즈에서 본 것 같다 ㅋ 끝에 반전이 있었는데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내용이었다. 이 소설도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한 인간의 이중성을 다루고 있지만 좀 더 가볍게 읽어 볼 수 있도록 쓰여졌다.


#오랄라
앞의 두 소설과 달리 사랑의 감정이 있고 남녀가 주연으로 나온다. 처음에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시작해서 드라큘라? 늑대인가? 과 같은 고딕 공포 소설로 이어지는 독특한 소설이다. 황당한 상황 속에서 남자 주인공의 감정을 치밀리 묘사한 것이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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